발언2 성폭력 피해자 무고 기소 규탄 기자회견 발언 2017.04.03.

작성자: 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17-04-21 16:54:11    조회: 3,317회    댓글: 0
발언 2 :

성폭력 피해자 무고 기소 규탄 기자회견 발언

허민숙 (여성학자)

이번 유명 연예인 성폭력사건 피해자 무고기소에 대해서 다음의 세 가지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사법부는 무고죄 기소에 관한 국제적 원칙을 준수했는지, 아니 한국의 사법부는 무고죄 기소의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따르고 있는지를 증명하기 바란다.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기소하려거든 다음의 세 가지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한다.
첫째, 신고된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고도 치밀한 수사를 완료하여야 한다.
둘째, 그 수사 결과, 성폭력 사건은 아예 처음부터 발생하지도 않았고,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피해자의 행동과 태도를 그 근거로 무고죄를 추정해서는 안된다.
이 세 가지 요건은 동시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했는지, 그 수사결과 이것이 성폭력 사건이 아닌, 있지도 않은 일을 의도적으로 꾸며낸 허위진술에 의한 무고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답변하기 바란다.
이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피해자의 말을 경청하지도 존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사법부의 태도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무고죄의 피의자로 둔갑시켰다는 의혹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둘째, 유명연예인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무혐의”를 강조하며, 마치 성폭력 가해자들이 무죄를 받은 것인 양,
여론을 호도해 왔던 언론에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연예인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데 있어, 유명연예인이 곤경에 빠졌다는 식으로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연예인으로부터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못된 의도가 이 사건의 본질인 것처럼
편향적 보도를 일삼아 온 언론의 균형 잃은 보도방식에 유감을 표한다.
한국사회는 지난 10여 년간 13~20세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무려 297.8%가 증가한 사회이다.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외면한 채, 성폭력 허위 신고에만 집착해 온 납득하기 힘든 언론의 행태에 반성을 촉구한다.
공정보도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려거든 무혐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보도하기 바란다.
무혐의가 무죄판결이 아님을 분명히 보도해야 한다.
증거불충분의 사유로 무혐의 판단이 내려진다는 것,
특히 성폭력 사건에 대한 증거불충분은 다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언론인조차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숙지하기 바란다.
증거불충분은
수사하는 자가, 허위신고라 생각하여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의심해 증거를 찾기보다 피해자의 행실을 조사하는 경우,
수사지연으로 인해 결정적 증거확보에 실패하는 경우, 수사소홀로 인해 증거를 훼손하거나 분실하는 경우,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질문하지 않음으로써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증거불충분에 근거한 무혐의 판단은 절대 무고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해자의 거짓말과 변명에 귀 기울일 때,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고 의심할 때, 그리하여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무고죄의 피의자로 다시 벌할 때,
우리사회 전체가 치뤄야 할 대가와 희생에 대해 전체 사회가 인지하기 바란다.
이번 유명연예인 사건이 증명하는 것처럼,
재범율이 높은 성범죄의 가해자를 무죄 방면할 때,
그에 의한 성범죄는 계속 발생하고, 그에 따라 성폭력 피해도 지속된다.
피해에 대한 신고와 고소가
피해 여성에 대한 비난과 처벌로 돌아오는 이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의 증가와 지속은 중단될 리 없고,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 부끄러운 문화적 토양이 바뀔 리 없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피해자를 모욕하고 단죄하려는
지금의 작태가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시민의 이름으로 질문한다.

사법부는 성폭력 무고의 증가가 우려스럽다는 근거 없는 호들갑 대신에,
정확한 통계와 수사기준, 수사절차, 그리고 원칙 준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기대 피해 여성들의 입을 막고자 하는
구태의연한 시도와 관행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치밀한 수사의 확립,
그 모든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피해사실을 신고함으로써 같은 사건의 발생을 막고자 하는
피해여성의 결단을 존중하는
사법부의 변화에 대해서는 힘을 모아 지지할 것이다.

어떤 선택이 우리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지,
다음 세대에 어떤 미래를 선사할 것인지를
다 같이 숙고하자는 제안을 드리며 발언을 마치도록 하겠다.

출처: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카페, [참고-기자회견 발언문]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 사건 기자회견 발언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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