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부끄러운줄 모르는 학내 성희롱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10-02-17 11:17:00    조회: 4,305회    댓글: 0
  낯부끄러운줄 모르는 학내 성희롱
 
지난 1월 서울의 모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재학생이 신입생 후배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 파문이 일었다. 또 최근 취업 포털 커리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 대학생의 23%가 성추행 또는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대학 내 학생들의 성의식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직접 신체를 접촉하는 성추행은 크게 줄어든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범죄로 인식하기 어려운 언어적 성희롱, 데이트 성추행,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 등의 경우 아직도 빈번하게 발생, 우려하는 목소리와 대학 당국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신입생 새로 배움터에 참석했던 대학생 박모씨는 선배들의 음담패설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선배들이 박씨에게 여자친구와 관계 등 개인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도록 강요한 것. 박씨는 “술을 마시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쳤던 선배들 때문에 새터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함께 자리했던 여학생들도 성희롱을 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성 교제에서 데이트 성추행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서울 소재 사립대에 재학 중인 최모씨(22)는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요구로 인한 반강제적인 스킨십 때문에 고민을 하는 친구를 주변에서 자주 접한다”며 “아무래도 서로 호감을 갖고 사귀는 사이에서 이뤄지는 신체 접촉이다 보니 피해자도 성추행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학생만 대학 내 성범죄 피해자는 아니다. 대학생 김모씨(22)는 평소 운동을 통해 다져진 건강한 몸매로 여자 선배들의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곤 한다. 김씨는 “선배들이 가슴이나 엉덩이 등을 만지며 웃고 즐기는 모습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자가 하면 성희롱이고 여자가 하면 관심이나 애정 표현이라는 그릇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씨(25)도 “학과 모임에서 새내기 남학생들을 뽑아 여장을 시키는 행사가 있었다”며 “보는 학생들은 남성들의 신체나 외모를 대놓고 즐겨도 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지 다들 즐거워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원하지 않은 퍼포먼스를 억지로 해야 한다는 점과 당시 장면이 사진으로 촬영됐다는 점 등 때문에 상당 기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같이 캠퍼스 내 만연하는 성희롱·성추행의 원인으로 학생들은 대학 당국의 미흡한 조치를 꼽는다. 서울 A대학 경제학과 K씨(22)는 “최근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남성과 여성 사이에 지켜야 할 성예절을 교육시킨다고 들었다. 그러나 입학 이후에는 실질적인 수업이나 교양 강좌, 세미나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B대학에 재학 중인 박모씨(22)도 “교내 성교육을 담당하는 양성평등센터가 다양한 행사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의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저조하다”며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교육을 학점으로 공식 인정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hj2327@fnnews.com 공현정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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