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신고할 거야"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09-12-07 15:07:00    조회: 5,058회    댓글: 0
  ★ 제천성폭력상담소 아동성폭력예방극
                                              오마이뉴스 기사탑재 ★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신고할 거야 "
<제천성폭력상담소> 아동성폭력예방극 

2006년 용산 초등학생 성폭행 살해사건, 이듬해 안양시 혜진․예슬 양 살해사건. 올해는 8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한 조두순 사건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률을 개정하자, 형량을 높이자 '는 목소리가 높지만 사후약방문이다. 예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안 돼, 안 돼, 거짓말 하지마! "

지난 13일 오전, 충북 제천시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인형극이 한창이다. 70~80명의 아이들이 열을 맞춰 앉아 있다. 촘촘히 앉아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할 텐데 인형극에 푹 빠져 정신이 없다. 한 녀석은 앞에 앉은 친구가 성가셨는지 목을 길게 빼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무대를 살핀다.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제천 성폭력상담소가 준비한 성폭력예방인형극이다. 소풍 온 꽃님이(주인공)가 보물찾기 중에 낯선 아저씨에게 성폭력을 당하지만 용기 있게 신고해 범인을 잡는다는 줄거리다. 극 중 턱수염이 덥수룩한 범인이 음흉한 목소리로  "아저씨가 보물 찾아줄게 따라가자 "고 하자, 꼬마들이 병아리 같은 입으로  "거짓말 하지마! 따라가지마! "라고 소리친다. 이어 경찰이 나타나  "나쁜 아저씨 어디 숨었지? "라고 묻자, 모두들 손으로 무대 저 편을 가리키며  "저기요, 저기 숨었어요 "라며 일러준다.

앞자리에 앉아 유난히 열을 내던 이예은(7·여)양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처음 본 아저씨가 놀이터에서 친구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려 한 것이다. 다행히 이 양은 친구 대신 소리를 치고 한편으로는 친구 오빠를 불러와 아저씨를 쫓았다고 한다. 이제 못된 아저씨를 보면 발로 차버릴 거란다.  "예은이는 아저씨들 보다 힘이 약한데? "라고 묻자, 그제야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신고 할 거예요 "라며 배시시 웃는다.

제천 성폭력상담소는 2005년 문을 열고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치료와 법률지원, 가해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다. 최근 충주보호관찰소와 협력해 성폭력 범죄자, 가석방자, 전자발찌 착용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다. 인형극은 3년째다. 처음 개소할 당시 지역 인프라가 부족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 '이었다고 한다. 주부 활동가 이남영(39·제천 하소동)씨는  "시작할 당시 주부가 도울 수 있을까 겁도 났다 "며  "이제는 아이가 자기 학교에도 공연해 달라며 자랑스러워 한다 "고 말했다.

인형극의 아이디어는 상담소 이철순 소장에게서 나왔다. 그동안 4~5살 정도의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며 교육을 했지만 이론 교육에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마침 다른 지역에 인형극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언을 받아 단원을 모집했다. 그 공연이 이제는 꽤 반응이 좋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일 년에 60차례 이상 무료 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의 주제는 어린이들에게 내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누가 괴롭히면 꼭 신고하라는 내용이다. 이 소장은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흔들며 공연에 활기찬 반응을 보여줄 때 보람을 느낀다 "며  "이제는 인근 지역에서 우리 공연을 배우러 온다 "고 말했다.

성폭력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올해는 처음 성폭력 예방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했다. 각 기관장들에게 협조를 받아 상을 만들고 교육청을 통해 초등학교, 중학교의 참여를 이끌었다. 기대 이상으로 300점 가까운 작품이 들어왔고, 5월 7일 어린이날 시상식을 가졌다.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서툴게 그린 그림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뜻밖의 상을 받게 되어 좋았고 상담소는 자발적으로 성폭력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인형극의 막이 오르기 전, 사회자가 아이들에게  "여러분 조심해야 될 게 뭐죠? "라고 묻자,  "신종플루요 "라는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성폭력에 신종플루, 아이들이 걱정해야 할 게 늘어만 간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잠깐  '유행 '하겠지만 어렸을 때 형성된 성의식은 성인이 돼서도 중요하다. 그리고 인형극의 주인공 꽃님이 처럼 성폭력 피해를 봤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아이들이 미래다 '라는 말이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출처 :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신고할 거야 "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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