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혹시 당신도?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09-08-07 17:40:00    조회: 4,273회    댓글: 0
  직장 내 성희롱, 혹시 당신도?
 
# “미선씨, 술 좀 따라봐!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지~”

회식자리가 무르 익어갈 때면 들려오는 김부장의 목소리다. 직장생활 3년차인 미선씨(여, 28세)는 김부장 때문에 매번 회식 자리가 불쾌하기만 하다. 술 따라라 부터 시작해, 안주 먹여 달라, 같이 브루스를 추자 등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계속해서 늘어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이 얼큰히 취하면 미선씨를 향한 스킨십도 잦아진다.

그럴 때 마다 미선씨는 자신이 마치 회사 동료가 아닌 술집 여종원업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심한 불쾌감이 든다. 다음 날, 김부장에게 회식자리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면 ‘미선씨가 제일 편하고 좋아서 그래’하고 웃어넘기고 만다.

여성 직장인, 성희롱으로 가슴앓이!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 72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2.3%가 회사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을 가했던 상대로는 ‘직속 상사’라는 응답이 51.2%로 가장 많았고, ▲CEO 등 임원급 35.4% ▲동료 16.5% 등이었다.

성희롱 유형(복수응답)을 묻자 74.0%가 ‘포옹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꼽았다. 그 외 ▲성적인 야한 농담 41.7% ▲몸매, 외모에 대한 비하발언 30.7% ▲술시중 강요하는 행동 2.8% ▲노골적인 시선 15.7% 등의 순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실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 391건을 분석한 결과, 주식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이 전체의 30.2%를 차지했다. 이어 개인회사가 21%를 뒤었다.

성희롱 당사자간 관계를 보면, 직장 상사가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하급자에 행한 성희롱이 249건으로 전체 접수 건수(391건)의 63.8%에 달했다.

또한 피해자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10건 ▲여성 381건으로 여성이 성희롱을 당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성인 2명 중 1명꼴로 직장 내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1,000명 중 40.7%가 직장 내 성희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과거 대비 성희롱 발생 정도에 있어서는 ‘늘었다’는 응답이 2008년 6.3%에서 2009년 8.9%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줄었다’는 응답은 75.2%에서 66.7%로 감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사무국장은 “최근 직장 내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성폭력 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응한 것 같은 정황을 사전에 만들어두거나, 부하직원의 개인적 사정을 미끼로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직장 내 인맥, 상하 관계 등을 악용, 성희롱의 가해자는 고용상태를 유지하고 오히려 피해자가 퇴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도대체 왜?
직장 내 성희롱은 왜 발생하는 걸까?

남성이 회사에서 남녀 역할을 가부장적으로 인식할 때 성희롱이 발생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남성은 여성을 일 하는 직원으로서 인식하지 않게 된다. 남성은 직장에서 여성이 성역할만 수행하길 바라게 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용모를 중심으로 여성을 채용하는 회사나 여성에게 문서수발, 차심부름, 전화 받기 등 잔무가 암암리에 배당되는 직장 일수록 성희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이 여성들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성희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영역과 기득권이 위협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또한 상사가 성적 만족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불법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조직 특성인 위계구조에 의한 힘의 불균형 혹은 권력의 불평등이 조직의 하위 구성원들을 불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체 접촉해야만 성희롱?
남녀고용평등법 제 2조 제 2항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성적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 상 불이익을 주는 것도 직장 내 성희롱에 포함된다.

성희롱은 신체적 접촉뿐만 아니라, 언어, 시각적 행위 등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육체적 성희롱은 입맞춤이나 포옹, 뒤에서 껴안기 등의 신체 접촉과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 등이며, 언어적 성희롱은 음란한 농담을 하거나,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등이다.

시각적 행위를 통한 성희롱에는 음란한 사진, 낙서, 출판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고의적으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이 속한다.

또한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언동이라도 성적 굴욕감을 주고 거부감을 주는 환경을 조성했다면,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다.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 유발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사정을 중심으로 판단되며, 행위자의 의도는 반영되지 않는다.

즉, 성희롱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가 아니라, 그 행위로 상대방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달려있다.

성희롱, 여성만의 문제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성희롱 가해자로만 여겨지는 남성들 중 일부는 피해자가 돼 남몰래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동부는 “여성도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가 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은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행위가 대부분이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행위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성 상사가 남성 부하직원에게 원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통해 괴롭히는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노동부가 직장인 2만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남성 응답자 1만580명 가운데 6.6%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의 전화 관계자는 “남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상담 전화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 남성 피해자는 여성 상사가 서류결제를 위해 찾아가면 항상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요구하면서 성적인 농담까지 내뱉어 수치심에 퇴사 충동을 느낀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당하는 직장 내 성희롱도 여성들이 남성 상사에게 당하는 것과 같은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사회에서 점차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성 성희롱 피해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사무국장은 “남성들 대부분은 성과 관련해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나약하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해 피해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한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막을 순 없나
직장에서는 남녀노동자 누구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혹은 행위자가 될 수 있다.

행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사무실이나 휴게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야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근무 중 모니터로 음란한 그림이나 사진을 보는 것도 안 된다. 또 직원의 외모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타인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적인 만남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회식자리나 야유회에선 직원에게 술을 따르게 하거나 서비스를 강요해도 성희롱 행위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은 이런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자.

한편, 성희롱 피해를 받게 되면 그 행위자에게 이에 대한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만약 행위자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편지로 성희롱 행위를 중단해 줄 것으로 요청해야 한다. 편지는 나중에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

성희롱에 대한 거부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그 날짜, 시간, 장소, 구체적인 내용, 목격자나 증인, 성적인 언어나 행동에 대한 느낌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해결 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증거 자료를 남겨야 한다.

성희롱 행위자에 대해 항의를 해도 시정되지 않으면, 사내의 성희롱 관련 고층 처리 기구와 철차를 이용해 사업주에게 성희롱 문제를 제기해 해결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민간단체에 설치돼 있는 고용평등 상담실 등과 같은 전문 상담 기관에 상담 받을 수 있다. 또 지방 노동관서에 진정서 등을 제출해 법적 절차에 대한 도움을 받는다.

직장 내 성희롱, 이젠 사업주가 나서야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성희롱 피해자 등에 대한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몇몇 직장은 사규가 ‘회사 기강 혹인 대외인지도에 물의를 일으킨 자’등으로 돼 있어 가해자 뿐 아니라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도 덩달아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사내 규정, 징계규정을 ‘타인의 노동권, 노동환경을 중대하게 침해해 업무를 어렵게 하는 자’등으로 수정해 피해자의 노동 환경이 보존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도 매년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하지만 2009년 노동부 조사결과, 고용경험자 763명 중 직장 내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4.2%에 불과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자기주도적 학습이 돼야 한다. 남성문화가 지배적인 조직에서는 교육이 강요되는 느낌을 받으면 교육 자체에 반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중신 자문위원은 “이를 위해선 강제적으로 출석해 가해자나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대상으로 질책 받거나 비난받는 것 같은 분위기,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라 하고 가르치고, 강요하는 교수법으로는 현실적인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처리 방침을 명문화해야 한다.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에 대한 의지와 향후 처리 방침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회사 방침을 인사 규정·취업 규칙 등에 명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소속 직원이나 명예고용평등감독관 또는 외부 전문가를 성희롱 상담 요원으로 지정해 성희롱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사무국장은“5인 이하 사업장 경우 고용주의 권력과 횡포가 극대화될 수 있어 여성고용자들이 겪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심각하다.”며 “정부가 작은 사업장에 대해서도 직장 내 성희롱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참고자료
- <성희롱 조사 및 구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08
- <젠더 의식 향상을 통한 남녀 공존의 가능성 실현>, 안이환(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수석교수), 2008
- <성희롱, 성차별 없는 건강한 기업문화>, 노동부, 2009
 
 
유지은, 주선영 기자[qhddk10@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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